브라질, 비트코인 결제수단 허용 법안 통과(근데 이제 엘 살바도르도 곁들인...)

11월 30일 브라질이 비트코인을 합법적인 결제수단으로 허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고 보도되었다.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우선 헷갈리면 안되는 게 2개 있다. 해당 법안은 Chamber of Deputies of Brazil(브라질 대의원)에서 통과된 것이고, 아직 대통령의 승인이 남아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본회의 통과 이후 대통령 승인이 남은 상태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 입법과정은 아래에서 확인 가능하다.
1/ 10월 28일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발의되었다. 이에 주변 많은 분들이 '오 발의는 뭐야? 그럼 이제 시행되는건가?'와 같은 질문들을 많이 하셨다. 근데 나도 헷갈리더라. 그래서 우리나라 입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 과정을 정리해보았다.https://t.co/4vO9QhjgXE
— everytreeisblue (@everytreeisblue) November 3, 2022
그리고 엘 살바도르처럼 비트코인이 공식 법정화폐로 채택된 것은 아니다. 엘 살바도르는 공식 법정화폐로 쓰던 달러를 버리고 아예 비트코인을 공식 화폐로 지정한 것이고, 브라질은 결제수단으로써만 인정한 것이다.
무슨 차이냐고 하면,
엘 살바도르(법정화폐 지정) = 우리나라에서 원화란 개념 자체가 아예 사라지고 앞으로 모든 가격이 비트코인 기준으로 표시되고 비트코인만 쓸 수 있음
브라질(결제수단 지정) = 우리나라에서 원화는 그대로 쓰되 비트코인으로도 국밥, 커피, 장어 등등 사먹을 수 있음

즉 브라질의 헤알화(BRL)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저 추가 결제 수단으로 인정된 것이다. 브라질에서는 심한 인플레이션 및 자국 통화 가치 변동 때문에 국민 대다수가 암호화폐에 투자하여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주식 시장 거래대금보다 암호화폐 거래 대금이 더 클 때가 자주 있다고 한다.
어차피 국민 대다수가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갖고 있는거, 그냥 결제 수단으로도 인정해버리자. 그 대신 확실하게 정부의 통제 안에 들도록 법제화 하자! 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안이라고 보면 된다. 이번 법안은 법상 '결제 수단'의 정의에 가상자산과 항공 마일리지라는 용어를 추가했다.
법에 공식적으로 결제수단이 명시된 이상, 암호화페는 브라질 중앙은행의 통제 하에 놓이게 된다. 또한 '비트코인'이 아닌 '가상자산'이라고 명시되었는데, 결제수단으로 인정되는 암호화폐가 비트코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고 나면 행정부 내 어느 부서가 결제수단으로써의 암호화폐의 관리를 총괄하게 될지 정해야한다. 단 증권형 토큰으로 분류되는 토큰은 무조건 브라질 증권위원회( Brazilian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의 관리를 받게 된다. 그리고 해당 법안에는 결제 수단 외에도 다양한 암호화폐 관련 규제 내용이 포함되었다. 우선 커스터디와 거래소 사업을 브라질에서 영위하기 위해선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정부 허가를 받아야만 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거래소 내 고객 자산을 명확하게 분리할 의무도 명시되어있다. 또한 비트코인 채굴 업체 중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업에게만 감세 혜택을 준다는 조항도 포함되었다. 즉 이번 법안은 전반적으로 암호화페를 정부의 관활권으로 공식적으로 두기 위한 발판으로 보인다. 어차피 전국민이 다 암호화폐 쓰는거, 우리 컨트롤 안에 법적으로 확실히 두자 라는 취지이다.
직접 법안을 확인해보고 싶다면 아래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다 포르투갈어인가 스페인어로 되어있으니 번역기 돌려야함)
비트코인이 추가 결제수단으로 사용되면 어느 효과가 있을까? 이를 이해해보기 위해, 엘 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게 된 경위에 대해 recap해보도록 하자.

엘 살바도르는 인구 650만명 정도의 나라로 면적인 경상북도랑 대략 비슷하다. 1960년대 커피 농업으로 크게 성장했으나 1980-1992년의 내전으로 쑥대밭이 되었다. 특히 치안이 그냥 곱창나버렸다. 엘살바도르는 특히 최악의 치안을 가진 나라로 유명하다.
살인율 세계 1위: 2015년 10만명당 104명 (참고로 한국은 0,6명)
인구의 1%가 갱단: 내전 도중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자들이 갱단을 이룸. 근데 이 갱들이 내전 종료 이후 추방당해서 다시 엘살바도르로 복귀함.
최강래퍼 플래키 뱅이 여기 가서 갱갱갱 하면 뼈도 못 추리는 나라인 것이다.

치안이 이런 만큼 경제도 당연히 곱창이 나버렸다. 특히 법정화폐인 달러가 문제 많았다. 엘 살바도르는 원래 2001년까지 콜른이라는 법정화폐를 썼는데 가치가 무너져버려 미국의 달러를 갖다가 쓰기 시작했다. 자국 화폐의 주권을 버리고 다른 나라의 화폐를 사용하는 것은 많은 문제가 되었다.
엘 살바도르는 미국의 통화 정책에 따라 국가 경제가 통째로 왔다갔다 하게 되었다. 특히 코로나 사태 때 이것이 극대화되었다. 코로나 시기에 연준이 막대한 달러를 찍어내어 달러에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생겼다. 하지만 미국 본토에서 달러가 늘어난만큼 엘살바도르에는 달러가 들어오지 않았다. 즉, 엘 살바도르가 갖고 있는 달러의 절대적인 양은 그대로인데 다른 모든 나라에선 달러 유통량과 물가가 급상승해버리니 곤란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수수료 문제도 컸다. 엘 살바도르 GDP 총액 $246억 중 약 $60억 (24%)이미국으로 이주한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송금하는 금액이었다. 이때 드는 수수료는 약 2.85%(실제론 더 컸을듯)인데 비트코인을 사용하면 수수료로 유출되는 돈을 줄일 수 있었다. 그리고 전국민의 70%가 계좌조차 없는 비금융인이라는 문제도 있었다.
이때 난세 속 영웅처럼 대통령에 당선된 자가 나이브 부켈레이다. 나이 40세로 현재 중남미 정상들 중 최연소이고,원래부터 아웃사이더, 괴짜 기질, 진취성으로 유명했다. 정치적 경력이 짧고 심지어 중간에 당을 바꾼 적도 있음. 근데 2019년에 53%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그는 이미 박살날대로 박살난 국가를 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졌다. 이를 위한 과감한 승부수로 그는 달러 채택을 버리고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였다. 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더 절망으로 빠질 뿐이니, 큰 도전을 한 것이다. (조롱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난 개인적으로 매우 리스펙하는 바임)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엘 살바도르의 상황은 현재로썬 좋지 않다. FTX 사태 이후 비트코인 구매 손실율이 60%를 넘었으며, 현재 6억6700만달러의 국가 부채를 내년 1월까지 갚아야한다고 한다. 옆나라 브라질도 비트코인을 아예 법정화페로 채택하는 것에는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브라질 헤알화도 만만치 않게 가치 변동이 심하다. 지난 몇년간 국내 증권사들 사이에서 브라질 채권이 아주 인기 있었던 시기가 있다. 우선 브라질 채권의 이자 자체가 표면금리 10%로 아주 쎘다. 그리고 한국과 브라질의 조세협약('91.11)에 따라 브라질 채권 이자는 비과세 항목이라는 점도 컸다.
근데 문제는 헤알화 기준으로 표면금리 10%의 이자를 벌어도, 헤알화의 가치가 떡락해서 결국 손실이라는 점이다. '11년 이후 연간 기준 원/헤알 환율이 상승한 시기는 '16,'19,'20년도뿐이다. '20년 말 헤알화 기준 채권 가격은 모두 상승했지만, 원화기준으로는 모든 만기에서 채권 가격이 하락했다.
'20년 말 헤알화 기준으로 브라질 국가 채권가격 누적 변동률은 21.3% 상승이었는데, 이걸 원화 기준으로 하면 무려 28% 하락이었다. 난 분명 돈을 벌었는데, 동시에 돈이 사라져버리는 마법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렇게 브라질 채권은 아무도 추천을 안하는 금융상품이 되어버렸다.

어쨋든 브라질도 자국 화폐의 변동성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국채를 발행해서 다른 나라들로부터 자금을 마련해야하는데, 잘 사주지도 않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암호화폐를 수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예 법정화폐로 채택하기에는 부담스러우니 결제수단으로 채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직 대통령의 승인이 남아있기도 하고, 암호화폐 전반에 대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법안에 암호화폐 결제수단 내용이 포함된 느낌이어서 향후 브라질 내 암호화폐 사용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자세히 지켜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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