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인 멀티체인 시리즈 — 폴카닷(1) 역사와 기술에서는 폴카닷의 역사와, 폴카닷이 어떤 기술로 구조를 이루고 있는지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폴카닷이 어떻게 토큰 이코노미를 구축하였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해보도록 한다.

Token Economy of DOT

폴카닷 네트워크의 자체 토큰인 DOT 코인은 어떤 역할을 갖고 있을까? 이전 글에서 앞서 언급한 각 참여자들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거시적으로 하나의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의 혈액 역할을 하는 화폐가 바로 DOT이다. 위 참여자들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제공하는 인센티브가 바로 DOT인 것이다. 더 많은 사용자들이 폴카닷 네트워크에 참여해 많은 양의 DOT 이 스테이킹될수록 폴카닷 네트워크의 보안성은 높아진다. 전체 시스템에 반하는 행위를 해 네트워크를 방해하기 위해선 스테이킹된 DOT만큼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폴카닷 네트워크는 적정 수준의 DOT이 스테이킹되어 보안성을 효과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토큰 이코노미를 설계했다.

DOT 코인에는 다음 3개의 기능이 있다.

1. Economics : 합의 알고리즘 내 블록 보상과 거래 수수료로 활용
2. Governance : 폴카닷 네트워크의 의사결정을 하는 거버넌스 활동에 활용
3. Parachain allocation : 파라체인 옥션에 사용

위 세가지 기능을 하나씩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Economics

DOT은 폴카닷 네트워크의 경제적인 운영을 위해 활용된다. 폴카닷은 NPoS(Nominated Proof of Stake) 합의 알고리즘 상에 운영된다. 일반 홀더들은 자신의 DOT 토큰을 걸고 검증인 후보들에게 투표할 수 있고, 그렇게 선출된 검증인들이 릴레이 체인의 노드들을 운영한다. 검증인이 제대로 검증을 수행했을 때 얻게 되는 이익과, 악의적인 행동을 하다 걸렸을 시 입게 되는 손실은 그에게 투표한 투표인들도 같이 공유하게 된다.

그렇다면 NPoS가 DPoS (Delegated Proof of Stake) 합의 알고리즘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DPoS에서 Delegator들은 한명의 후보에게 투표하고, 스테이킹된 토큰의 양 순서대로 검증인들이 정해진다. 그리고 Delegator들은 자신이 뽑은 검증인이 악의적인 행동을 했을 시 손실은 떠안지는 않는다. 이에 반에 NPoS 합의 알고리즘에서는 최대 16명의 후보에 자신의 토큰을 스테이킹할 수 있고, 스테이킹된 이 총량을 네트워크가 자동으로 투표 대상 후보들에게 분배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금이 많은 후보가 단순한 자본력으로 검증인이 되어 권력을 독식하는 것을 막아 더 탈중앙적인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투표인들은 자신이 뽑은 검증인의 악의적인 행위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지게 된다.

이 검증인들은 어떻게 선출되는 것인지 자세히 알아보자. 검증인들은 일정 기간 동안 검증 역할을 수행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투표가 다시 열려 새로운 검증인으로 교체된다. 투표 기간이 시작되면, 검증인 후보들은 Commission Fee, 즉 수수료 보상 중 자신에게 투표한 투표인들에게 나눠줄 비율을 공시한다. 투표인들은 최대 16개의 후보에게 자신의 DOT 코인을 걸 수 있다. 그 후 스테이킹된 DOT 토큰은 NPoS 검증인 투표 메커니즘(NPoS Validator Election Mechanism)에 의해 자동으로 후보들 사이에 배분된다. 예를 들어 A, B, C 세 후보에게 100 DOT을 투표했다면, 이후 자동으로 {A후보 : 50DOT, B후보: 30DOT, C: 20DOT}으로 배분되는 방식이다.

그렇게 배분된 DOT과 후보 자기 자신이 스테이킹한 DOT이 합쳐진 풀로 이루어진 슬롯이 각 후보 별로 만들어진다. 스테이킹 풀에 가장 많은 DOT이 있는 상위 16개 후보들이 새로운 검증인 단체가 된다.(24개로 점차 늘릴 계획) 여기서 중요한 점은, 풀에 있는 스테이킹 양에 비례해서 각 슬롯에게 수수료 보상이 배정되는 것이 아니다. 더 많은 DOT이 스테이킹되어있다고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것이 아니고 모든 슬롯이 동일한 보상을 받는다. 즉 하나의 슬롯에 투표인의 수가 적을수록, 투표인 개개인이 받는 보상은 더 크다. 즉 다음 투표 때 투표인이 몰린 슬롯에서 적은 슬롯으로 투표인들이 넘어가게 되고, 새롭게 들어온 검증인 후보도 선출될 기회가 높아진다. 이는 하나의 슬롯의 독주를 예방하고, 최대한 모든 슬롯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여 전체 네트워크의 탈중앙성을 높여준다. 이렇게 선출된 검증인은 블록 보상과 거래 수수료를 받는다.

검증인들은 트랜잭션의 진실성을 검증하고 새로운 블록을 생성하는 대가로 블록 보상을 받아가는데, 이들이 받아가는 블록 보상은 어떻게 계산되는 것일까? 여기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의 포인트 제도가 개입한다. 일종의 점수 기준표가 사전에 정해져있고, 특정 행동을 할 때마다 거기에 맞는 점수를 쌓아가는 방식이다. 검증인이 새로운 블록을 생성하는 데에 수행하는 행위는 크게 4개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각 4개의 행위에 대한 점수 제도는 아래와 같다.

각 검증인들은 특정 기간 동안 포인트를 모으고, 기간 말에 포인트에 따라 수수료 보상을 받는다. 만약 해당 기간 동안 0포인트에 가까운 포인트를 모은 검증인은 퇴출 당한다. 블록이 새로 생성될 때마다 새로운 DOT이 발행되고 이는 블록 생성에 참여한 검증인들에게 분배된다. 각 Validator가 받는 블록 생성 보상을 결정하는 식은 아래와 같다.

Point of Validator(Validator가 모은 포인트) / Total Point(포인트 총합) * Total target Payment(블록 보상으로 분배할 총 코인량)

블록 보상 이외에도 트랜잭션이 일어날 때마다 일정 비율의 거래 수수료가 검증인들에게 지급된다. 이들이 받아가는 거래 수수료의 금액을 결정 짓는 변수는 거래의 종류(Tx type), 길이(length), 무게(weight)로 총 3가지가 있다. 이 세 가지 변수가 포함된 식으로 검증인에게 지급되는 거래 수수료의 금액이 정해진다.

fee(tx) = base_fee + type(tx) * length(tx) + c_traffic * weight(tx)

거래 수수료로 발생하는 DOT 중 20%는 Validator에게, 80%는 Treasury로 가게 된다.

Governance

DOT은 폴카닷 네트워크의 의사결정을 위한 거버넌스 활동에도 활용된다. ㅍ폴카닷 네트워크에 어떤 변경 사항을 적용하려면 거버넌스 과정을 거쳐 커뮤니티의 동의를 얻어야한다. 변경 사항과 관련된 투표는 폴카닷에서는 28일, 쿠사마 테스트넷에서는 7일에 한번씩 시행된다. 누구나 자유롭게 제안(Proposal)을 올릴 수 있고, 이때 최소 100000 DOT을 스테이킹해야한다. 만약 해당 제안을 지지한다면 누구나 동일한 금액을 스테이킹할 수 있다. 기간 말에 가장 많은 DOT이 스테이킹된 안건이 투표 (Referenda) 대상에 올라가 찬반 투표를 거친 후 시행 여부가 결정된다. 투표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데, 자신의 DOT을 투표기간 동안 스테이킹함으로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다.

DOT을 많이 들고 있는 사람이 더 강력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되어 다소 중앙화적인 구조를 갖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폴카닷 네트워크는 Voluntary Locking이라는 제도를 추가했다. DOT 홀더들은 DOT을 스테이킹하여 투표를 할 때, DOT을 스테이킹할 기간을 정해 투표권을 높일 수 있다. 더 오랜 기간 스테이킹할 수록 앞에 높은 상수가 곱해지게 되어 투표권이 강해진다. 홀더들에게 DOT을 더 오래 스테이킹할 유인책을 제공함으로써 DOT이 더 오랜 기간 스테이킹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Votes = Tokens * Conviction_multiplier

폴카닷 네트워크의 거버넌스 모델은 세 가지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

• Council(의원회) : 1년의 임기를 갖고 있는 13명의 멤버로 이루어져있으며 추후 24명으로 늘어날 예정. 세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의원회가 직접 거버넌스 제안(Proposal)을 제안하기도 하고, 만약 위험하고 악의적인 제안이 투표 대상으로 올라왔다면 이를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이 권한을 사용하려면 3분의 2 이상의 의원회 인원들이 이에 동의해야한다. 또한 Technical Committee 구성원을 선출한다.
• Technical Committee(기술 위원회): Polkadot/Kusama Runtime 과 Polkadot Host를 개발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한 팀들로 구성된다. 기술 위원회는 버그 수정 등 폴카닷 네트워크를 위해 긴급하게 필요한 변경사항이 있다고 판단하면 긴급 안건(Emergency Referenda)을 올리는 역할을 수행한다. 해당 긴급 안건은 의원회의 승인만 얻으면 곧바로 찬반 투표에 올라간다.
• Holder : 일반적인 DOT 홀더들을 의미한다. 이들도 직접 제안을 올릴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제안이나 투표에 올라온 안건에 DOT을 스테이킹함으로써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보통 대다수의 제안은 Treasury 내의 자금을 사용하는 것을 요구한다. 거래 수수료 중 80%와 악의적인 행위가 적발된 Validator 슬롯에서 압수한 DOT 중 일부분은 Treasury라는 펀드의 자금으로 들어가게 된다. Treasury는 폴카닷의 발전을 위한 자금 펀드와 같다. Treasury 내의 자금을 사용하여 폴카닷 네트워크 내에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면, 먼저 Treasury를 사용하겠다는 제안을 올려야 한다. 이 때, 최소 금액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자금의 5%에 해당하는 DOT을 스테이킹해야한다. 제안이 거절되면 해당 DOT은 소각되고, 받아들여지면 다시 반환된다. Treasury 자금을 사용하겠다는 제안은 아래 내용들을 포함할 수 있다.

• 인프라 구축과 운영
• 네트워크 보안성과 관련된 작업(오딧, 모니터링 등)
• 생태계 확장(기타 프로젝트와의 파트너십 등)
• 마케팅 활동 (홍보, 콜라보 등)
• 커뮤니티 활동과 대외활동(밋업, 피자파티, 해커톤 등)
• 소포트웨어 개발 (지갑 통합 등)

Parachain Allocation

약 100개 가량의 파라체인이 릴레이 체인에 연결될 수 있다. 한 프로젝트에 있어 폴카닷 네트워크의 파라체인이 되는 것은 큰 이점을 가진다. 파라체인이 되는 순간 폴카닷 네트워크의 보안성과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체적인 검증인 집단 없이도 보안성을 릴레이 체인에게 아웃소싱하여 보안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아무나 자유롭게 파라체인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경매를 거쳐야 한다. 즉 경매를 통해 자리를 따낸 프로젝트만이 파라체인이 될 수 있고, 이 때 일정 DOT을 릴레이 체인에 스테이킹해야한다.

파라체인 슬롯 하나씩 매주 경매가 진행된다.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DOT을 걸어야 하고, 파라체인으로써의 지속 기간을 정할 수 있다. 지속 기간은 최소 6개월, 최대 24개월이다. 프로젝트 팀은 자체 DOT으로 비드할 수 있고, 프라이빗 펀딩을 통해 조달할 수도 있고, 프로젝트를 지지하는 커뮤니티로부터 크라우드론 형식으로 DOT을 투자받을 수도 있다. 프로젝트가 비드한 DOT은 릴레이 체인에 스테이킹되고 파라체인 지속 기간이 끝나면 모두 반환된다.

파라체인 슬롯을 확보하기 위한 경매는 일반적인 경매 방식이 아닌 캔들 경매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전체에서 가장 높은 금액을 베팅한 이가 아닌, 랜덤으로 정해진 시간대에 가장 큰 금액을 베팅했던 사람이 이기는 방식이다. VRF 기반 랜덤 비콘으로 무작위로 블록이 선정되고, 해당 블록 시점에서 가장 높은 베팅 금액을 비드한 사람이 파라체인 슬롯을 따낸다. 따라서 가능한 일찍 높은 금액을 비드하는 것이 유리한 전략이 될 가능성이 크다.

https://polkadot.network/auctions/

위 사이트에서 경매 관련 스케줄을 확인해볼 수 있다.

단, 모든 프로젝트가 경매를 거치는 것은 아니다. 공공재 체인(Common Good Chain)은 폴카닷 네트워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거버넌스가 판단한 프로젝트로, 경매를 거치지 않고 바로 파라체인이 될 수 있다.

Conclusion

정리하자면, DOT은 Economics, Governance, Parachain Auction 총 세가지의 기능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들 속에 DOT을 스테이킹할 유인이 다수 존재한다. 검증인이 되거나 다른 검증인을 선출하기 위해서, 그리고 거버넌스 활동을 위해서도 검증인에게 DOT을 스테이킹하고 제안을 올릴 때도 DOT을 스테이킹해야한다. 또한 파라체인이 되기 위해 경매에 참가하기 위해서도 DOT을 스테이킹해야한다. 실제로 폴카닷 네트워크는 상대적으로 높은 스테이킹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폴카닷 네트워크가 웹 3.0을 실현시키기 위해 앞으로 걸아갈 나날들을 함께 지켜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