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바라보는 2022년 연말 경제 상황 한 방에 간단 정리
Adios 2022, Vamos 2023!
서서히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어떤 이들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서서히 1년을 마무리 지어가고 있을테지만 금융권은 오히려 시끌북적하기만 하다. 그 어느때보다 변화의 물결과 불확실성이 커진 시기가 지금이며, 모든 이가 내년 경제에 대해 끊임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미국 연준은 우한폐렴(이 방에서는 우한 폐렴입니다) 사태가 시작되면서 약 2년 반 동안 금리 인하를 진행해왔고 결국 인플레이션은 심각해질대로 심각해졌다. 결국 '22년 3월부터 일명 '자이언트 스텝'이라고도 불리는 연속적인 금리인상을 감행했다. 금리 인상의 여파로 경제는 얼어붙었으며 일각에서는 연준의 피봇을 기대하기도 하다. 하지만 연준의 피봇을 두고도 며칠을 간격으로 전망이 계속 달라지고 있다.
연준 피봇. 고용 시장의 구조적 변화. 하워드 막스의 대격변. 혹시 지나가다 뉴스를 통해 들어본 것 같긴 하지만 정확히 어떤 말인지 모르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걱정하지 마라. 이 글만 읽어도 현재 상황이 어떠한지 모두 대략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증권사에서 직접 근무하면서 보고 느낀, 현재 금융권에서 바라보고 있는 2022년 연말 경제 상황을 전달해주고자 한다.
연준(Fed) 이야기
현재 경제 상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주체는 단연코 미국 연준일 것이다. 그렇기에 먼저 연준이 어떤 곳인지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해당 챕터에서는 연준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이미 연준에 대해 익히 알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다음 챕터로 넘어가도 무방하다.
연준의 정식 명칭은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로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으로 한국은행이 있듯이 미국에는 연준이 있다. 명칭에서 System(제도)이라는 단어를 확인해볼 수 있는데, 미국 연준은 하나의 기관이라기보다는 여러 기구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시스템이다. 미국 연준은 크게 12개의 연방준비은행,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총 3가지 기둥으로 이루어진 시스템이다.

미국은 전역을 뉴욕, 댈러스, 리치먼드, 미니애폴리스,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세인트루이스, 시카고, 애틀랜타, 캔자스시티, 클리블랜드, 필라델피아, 총 12개의 연방준비구로 나누어 각 지구마다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을 두었다. 연방준비은행들은 각 지구의 중앙은행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이들을 관리 감독하는 연준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가 바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 of Governors)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는 지급준비율을 정하기도 하고, 은행과 각종 금융기관을 관리 감독하며, 미국의 통화정책을 관장한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총 7명의 이사로 구성되는데, 대통령이 임명한 후 상원의 인준을 거쳐야 한다(그래서 상원의 권력이 막강한 것이기도 하다). 이 7명 중 대빵이 바로 연준 의장인 것이다. 연준 의장의 임기는 4년이고 현재는 제롬 파월(Jerome Powell)이 연준 의장 자리에 있다. 제롬 파월은 '11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의해 연준 이사로 임명되었고 이후 '18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다시 임명되었다. 이번 우한폐렴 사태 때 기준금리를 0%에 가깝게 낮추고 엄청난 양적 완화 정책을 펼친 이도 제롬 파월이고, 그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심해지자 11개월 안에 기준금리를 4.5%까지 올리는 긴축 정책을 펼친 이도 제롬 파월이다.

그리고 거의 매달 뉴스에서 들려오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있다. FOMC는 연준의 통화정책을 논의하고 합의하는 산하 위원회이다. FOMC는 1년에 8번(1·3·4·6·7·9·10·12월)의 FOMC 회의를 열고, 여기서 통화 공급량과 기준금리를 정하게 된다. 그래서 FOMC 회의 때마다 그렇게 많은 뉴스들이 쏟아지는 것이다. FOMC 회의에는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7명의 이사와 12개 연방준비은행 총재들 중 5명, 총 12명이 위원이 참여한다.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고정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나머지 11개명의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1년 주기로 돌아가면서 나머지 네 자리를 채운다. 그리고 제롬 파월은 FRB 의장인 동시에 FOMC의 위원장이기도 하다.
모든 FOMC 회의의 결과는 회의가 진행된 당일의 오후 2시 15분(한국 시각으로는 다음날 새벽 3시 15분)에 발표되고 3주 후에 회의의 의사록이 대중에게 공개된다. 올해 '22년 FOMC 회의의 일정은 아래와 같았고, 최근 마지막 12월 회의가 진행됨으로써 올해 모든 일정은 끝난 상태이다.

연준의 기준금리 조정 이야기
FOMC 회의에서는 다수결로 금리를 얼만큼 인상 혹은 인하할지 결정된다. 이 곳에서 결정되는 기준금리와 경제 정책 방향성은 전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모든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FOMC 회의의 결과를 긴장감 속에서 기다린다. 연준의 기준금리는 미국의 은행 간에 지급준비금의 1일물 대출에 부과되는 금리인데, 한마디로 미국에 있는 은행들끼리 돈을 빌릴 때의 금리다. 기준금리를 변경하면 가장 먼저 은행들 간의 거래 금리에 변화가 생기고, 이에 따라 은행이 각종 기관 및 일반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금리도 달라지게 된다. 해당 변화는 물길의 여파처럼 모든 경제 영역에 영향을 주게 된다. 말 그대로 모든 경제 활동의 '기준'이 되는 금리이다. 기준금리 조정의 효과 내에는 매우 많은 변수들이 얽혀있고 단순한 로직을 따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를 매우 단순화하면, 일반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추면 경제가 활성화되며 물가가 상승하고 높이면 경기를 진정시키고 물가를 하락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통념이다.

2019년 말부터 시작된 전세계적인 전염병 우한폐렴이라는 전례 없는 사태가 발생하며 경제가 마비되기 시작했다. 전세계가 극심한 경제 침체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연준은 기준금리를 낮추고 달러를 무지막지 뿌리며(이것을 양적 완화라고 함) 죽어가는 경제에 예토전생술을 펼친다. 그래서 실제로 우한폐렴이 극심했던 '20년도와 '21년도에 오히려 자산 시장은 매우 호황이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미국의 S&P 500 지수와 한국의 KOSPI 지수는 우한폐렴이 한창이던 '21년 말에 역대 최고점을 찍었으며 부동산 가격은 계속해서 올랐다. 물론 IT 산업와 반도체 등 새로운 산업의 부흥이 있었기도 했지만, 사람들의 활동이 확연히 둔화된 시기에 오히려 자산 시장은 그 어느때보다 호황이었다는 것은 분명히 온전히 유기적인 성장은 아니였다. 연준이 뒤에서 계속해서 초저금리를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달러를 수혈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하지만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가 지속되다 보니, 물가가 과도하게 상승하고 경기가 과열되기 시작했다. 우리 모두 작년과 올해 초를 생각해보면 정말 주변 개나 소나 모두가 주식과 코인에 투자를 하며 돈복사 버그를 누리고 '가즈아'를 외쳤던 시기를 기억할 것이다. 명백히 거품이 껴있었다. 그렇게 인플레이션율이 통제 수준을 벗어나 치솟기 시작했고, 결국 '22년 6월 소비자물가지수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소비자가 구매하는 각종 상품과 서비스들의 평균 가격을 산정한 지표로 인플레이션율을 측정하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는 9.1%로 1981년 11월 이후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찍었다.

이에 연준은 지금까지의 완화 정책과 저금리 정책을 급선회하여 6월에 기준금리를 한번에 75bp(bp=0.01%로 결국 0.75%p 높인거임) 높여버리는 이른 바 '자이언트 스텝'을 시작한다. 이후 11월까지 3차례에 걸쳐 연속으로 75bp씩 기준금리를 올렸고 가장 최근에 열린 12월 FOMC 회의에서는 50bp 상승으로 그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이것이 그렇게 뉴스에서 많이 떠들던연준 기준금리 조정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연준 피봇(Pivot) 이야기
사실 언제까지고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가 계속될 수는 없고, 이 파티가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는 것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라는게 한창 진행 중인 파티 한가운데에서 춤을 추고 있는 동안에는 머리로는 나가야한다는 걸 알면서도 몸은 따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이후에 갑작스레 기준금리가 높아지자 세계 경제 곳곳에서 충격이 가길 시작한다. 정말 다양한 인과관계에 의해 다양한 분야에서 기준금리 인상 충격의 여파가 드러나고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시장 참여자가 기준금리 인상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에 있다.
이번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도 다양한 곳에서 사건사고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짧게 정리해보자면, 나
- 영국 LDI 사태 : LDI(Liability Driven Investment)란 쉽게 말해서 국채를 레버리지 투자하는 것임. 레버리지이기에 국채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 마진콜을 받음. 근데 영국 연기금 중 대다수가 이'기준금리가 설마 갑자기 높아지겠어?'란 생각으로 LDI 투자에 꽤 크게 개입되어있었음. 연준 기준금리가 높아지고 이에 영향 받아 영국도 금리 상승 압박에 처함. 근데 여기서 금리 인상 통한 긴축정책과 세금 감면이라는 완화정책을 둘 다 병행하겠다는 이상한 결정을 리즈 트러스 총리가 내려버림. 이로 인해 국채 금리는 더 상승해버리고(그만큼 가격은 떨어지고) 연쇄적으로 연기금이 모두 마진콜 받음으로써 다 파산해버릴뻔한 일이 있었음.
- 국내 부동산 PF 사태 : 부동산 PF는 시행사가 아파트나 주상복합을 짓는 과정에서 미래에 들어올 분양수익을 담보로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는 조달 방식임. 근데 미국 기준금리가 높아지자 한국을 기준금리를 따라 올리게 됨. 금리가 높아지게 되자 시행사가 높은 이자를 감당 못할 리스크가 커지면서 금융사, 증권사, 은행 등이 자금을 안 풀기 시작함. 이에 애초에 PF 구성이 안되는 상황이 퍼지는 중.
이외에도 다양한 여파들이 존재하는데 다 나열하기에는 좀 장황해지니 알아서 찾아보도록 하자. 어찌됐든 이 모든 사건들의 공통적인 원인은 계속되는 저금리 시대에 익숙해진 시장참여자들이 금리 상승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도 금리인상이 막 시작하는 시기에는 스타트업 씬에 있었고 금융권에서 종사하진 않았다. 여의도에 출퇴근을 하게 된 현재, 금리 인상이 예견되기 시작하고 현실화기 되기 시작했던 초창기에 이렇게 금융전문가들이 모여있는 금융권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으며 왜 대비를 못한 것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주변 시니어 몇분께 올해 초중반 당시 금리 인상이 될 지 몰랐던 것인지 여쭈어보았다. 한 분의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이게 근본적인 원인을 알려주는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알고 있었지. 근데 다들 알면서도 일단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냥 갔던거지."

어쨋든 올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경기는 호황에서 불황기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의 가장 큰 이유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였다.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높인 덕분에 인플레이션율은 실제로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아까 보여준 표이긴 한데 맨 오른쪽을 보면 CPI의 작년 동월 대비 증가율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이에 따라 바로 연준의 피봇을 기대하는 심리가 사람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했다. 피봇(Pivot)이란 한마디로 유턴하는 것이다. 경제 정책의 방향성을 트는 것으로 현재 기준금리 상승을 통한 긴축정책을 끝내고 다시 기준금리를 낮추거나 유지하는 완화정책으로 튼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플레이션율이 실제로 줄어들었으니 이제 다시 느슨하게 풀어 경기 호황이 올 때가 된 것 아니냐는 논리이다.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혹은 성명문 내에 있는 단어 하나하나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이루어지며 피봇 여부와 연결이 되고, 전세계 경제가 왔다갔다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에 대해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잡혔다고 판단이 되지 않는 이상 피봇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고 있다.

아직은 때가 아닌 이유
하지만 오늘날 금융권 내에서는 연준의 피봇을 이야기하기에 현재는 너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다수이다. 왜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가장 근본적으로는 애초에 인플레이션은 아직 잡히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 발표된 12월 CPI 전년동월대비 증가율은 7.1%로 예상치였던 7.3%보단 낮고, 또 11월달의 7.7%에 비해선 꺾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 다시 역대 CPI 증가율의 추이 표를 보자. 12월달의 7.1%는 지난 수년간 지나치게 높아진 인플레이션율에 비해 낮아진 것이지, 여전히 이전 수준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제롬 파월 의장은 2% 대의 인플레이션율로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현재 낮아진 인플레이션율이 언제든지 다시 높아질 여지가 너무 많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고용시장이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율 하락 뿐 아니라 더 많은 해고와 실업률 증가가 있어야 피봇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준은 기존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인플레이션도 잡히고 고용시장도 위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의 고용시장은 견고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50년대 당시 세계 대전 이후 불황 때를 제외하고 역사상 가장 낮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실업률이 낮으면 좋은 것 아닌가? 하지만 현재 상황은 이보다 좀 복잡한 상황이다. 애초에 연준은 인플레이션율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하지만 연준은 인플레이션율과 동시에 실업률이 올라가고 고용 지표도 명확히 악화되어야 피봇을 할 것으로 보인다. 왜 고용 지표가 악화되어야하는 것일까?
지난 11월 30일 제롬 파월 의장은 연설에서 물가를 3가지 요소로 분류하였다-1) 상품 2) 임대료 3) 서비스 물가.

상품 물가는 어느정도 잡히고 있는 중이라고 그는 언급했다. 그리고 임대료 물가는 아직 잡히지 않았으며 더 내려가야한다. 하지만 제롬 파월 의장은 다른 어느 요소보다도 서비스 물가에 집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서비스 물가는 개인소비지출(Private/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 PCE) 지수의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PCE는 매달 말 발표되는 이미 사람들이 사용한 금액을 집계한 경기후행지수인데, 그만큼 서비스 물가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서비스 물가가 아직 너무 높다는 것이 제롬 파월 의장의 해석이다. 지난 몇년간 테크 산업이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서비스 물가가 계속 증가하면서 인플레이션율 증가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서비스 물가가 떨어져야한다.
서비스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무엇일까? IT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바로 알아차릴 것인데, 바로 '임금'이다. 서비스업은 사람이 거의 대부분이다. 즉 서비스업의 비용 대부분은 사실상 임금이다. 즉 임금이 내려야 서비스 물가가 줄어들고 인플레이션율이 유의미하게 내려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 다양한 재화 중 가장 경직적(sticky)한 것이 바로 임금이다. 임금은 한번 올라간 이상 다시 내리기 상당히 어려우며, 내리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생각해보자. 현재 내 회사에서 '세계 인플레이션 개선을 위해 당신 월급을 좀 줄일게요.' 라고 하며 월급을 10% 줄인다고 생각해보자. 바로 임오군란 발생한다.

11월 30일 제롬 파월 의장의 연설문 원문은 아래에 있다. 시간이 있다면 꼭 읽어보도록 하자.

원래 연준은 우한폐렴 사태가 서서히 마무리되면 기존에 노동 시장을 떠났던 인력들이 다시 고용시장으로 돌아와(즉 노동시장의 공급이 증가해) 기존 인력들의 해고가 증가하고 실업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노동의 공급이 크게 위축되면서 수급 불균형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대한 이유로는 크게 두가지가 뽑힌다. 첫번째로 이민 노동자들의 감소이다. 하지만 두번째 이유가 더 주요한 이유로 지목되는데, 바로 우한폐렴 사태 이후 고용시장으로 돌아올 줄 알았던 인력들이 그냥 그대로 은퇴를 해버린다는 것이다. 최근 연준의 연구에 따르면 우한폐렴 사태 발발 이전과 비교해서 현재 취업상태이거나 구직중인 인구가 350만명이나 적다. 이 중 200만명은 사실상 은퇴한 것으로 분석된다. 애초에 고용시장 내 공급이 크게 줄어들어버린 것이다. 즉, 미국 고용시장에 예상치 못한 구조적 변화가 생겨 최초 의도대로 컨트롤하기 어렵게 되어버린 것이다.

여기서부턴 간단한 로직이다.
고용시장 내에 공급보다 수요가 많음 -> 임금 쉽게 안 내려감 -> 서비스 물가 상승 -> 물가 안 내려감
그래서 연준은 더 많은 해고가 발생하고 고용시장이 느슨해지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슬슬 정리
정리하자면, 현재 인플레이션율이 충분히 내려오지도 않았고 미국 고용시장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고용시장도 여전히 견고하고 임금상승율도 잡히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잡았다고 판단하기에는 어렵고, 섣불리 피봇을 했다가는 다시 또 과도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비단 고용시장 뿐만 아니라 다시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들은 곳곳에 잠재되어있다. 유가 상승 압박도 계속 존재하고 있고, 나중에 언젠가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철회하고 완전한 위드 코로나로 피봇하는 순간 엄청난 양의 소비자 수요가 쏟아지게 된다. 이는 단숨에 물가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 끝나 추가 수요가 발생할 지 모르는 일이다.
지난 12월 13일 월가의 전설적인 가치 투자자이자 현재 오크트리 캐피털 CEO인 하워드 막스는 자신의 구독자에게 전송하는 메모에서, 금융시장이 역사상 세 번째로 큰 대격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워렌 버핏이 하루를 시작하며 가장 처음으로 챙겨보는 것이 하워드 막스의 메모라고 한다. 하워드 막스에 따르면 세계 금융시장은 현재까지 총 두번의 대격변을 겪었는데, 첫번째 변화는 risk and return 개념이 처음으로 생겨난 1970년대 중후반이다. 기존에는 '리스크는 무조건 회피해야한다'라는 투자 사고방식이 지배적이었는데, 리스크와 수익률의 상대적 관계를 고려하는 새로운 투자방식이 채택되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부실채권, 모기지증권, 각종 구조화 상품들의 투자 발전의 토대가 되었다. 두번째 변화는 볼커 의장의 초고금리 시대에서 벗어난 1980년대 후반인데, 이 이후 낮은 금리의 환경이 수십년간 이어지면서, 낙관주의가 부활하고 사람들이 위험을 더 추구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주식시장이 놀라운 발전을 이루게 된다. 이 시기에 계속 지속된 저금리를 '무빙워크'에 비유하기도 한다. 오늘날 금융시장에 찾아온 세번째 대격변은 바로 인플레이션 시대의 재래이다. 올해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강행하면서 지난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이어진 저금리 시대가 끝났으며 폴 볼커(Paul Volcker) 전 연준 의장 임기 당시의 고금리 시대가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대격변의 상황 속에서 금융권 내에서는 모두 내년에 경제가 어디로 흘러갈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준을 피봇을 할 것인가? 계속 불황이 이어질 것인가? 하지만 아무도 그 답에 대해 불확실해보인다. 애널리스트들의 2023년 S&P 500 주가 지수 예측치는 그 어느때보다 천차만별이다. 내년 S&P 500 주가 지수의 최고 예측치와 최저 예측치의 편차는 32%p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발발 직후 때 이후로 최고치이다. 그만큼 내년 전망에 대해 모두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연준이 계속해서 기준금리를 높이는 판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꿋꿋이 기준금리를 높이지 않고 버티던 일본도 결국 12월 21일 사실상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에 대해선 아래에서 제대로 읽어볼 수 있다.
결론
글이 좀 길어지긴 했다. 지금까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하여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 그리고 현재 금융권에서는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쭉 Wrap-up을 해보았다. 이제 곧 2023년이 다가오지만 새로운 해의 경제 상황에는 자욱한 안개가 껴있다. 그 안개 속으로 걸어들어가 직접 미래를 보고 적절히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그나저나 Happy New Yea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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